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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법원 한앤코 손 들어...남양유업 60년 만에 오너 경영 마감

대법원이 예상대로 국내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4일 대법원판결에 따라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대법원 2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이에 따라 한앤코는 곧바로 남양유업 인수 절차를 밟아 훼손된 지배구조와 이미지 개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 남양유업의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가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으로 우유업계에서 서울우유 다음으로 줄곧 2위를 지켰다.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를 선보인 데 이어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을 히트시켰다.창업주의 장남인 홍 회장은 1990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03년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2010년 이후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면서 결국 우유업계 2위 자리를 매일유업에 넘겨줬다. 이후에는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 리스크가 끊이지 않았다.경영권 매각의 불씨가 된 홍 회장과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1년 시작됐다. 남양유업이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자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문제가 커지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가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미룬다며 2021년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고 이날 대법원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한앤코는 “M&A 계약이 변심과 거짓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는데, 긴 분쟁이 종결되고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이와 관련하여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아울러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의 지분 인수 후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바이아웃' 형태의 전형적인 사모펀드이다.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기업 가치를 높여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했다. 최근에도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기업들을 인수해왔다.이날 대법원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일단락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식양도 소송과 별개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 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에서 패했다.한앤코도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04 11:17
IT

미 반도체 압박 속 이재용, 3년 만에 중국 사업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중 패권 분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3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흔들기로 입장이 난처한 가운데 글로벌 파트너십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졌다.이 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 이후 처음이다.이번 출장의 목적은 27일까지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참석이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 100여 명이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등과 만났다.이 회장은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이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과 관련한 현안을 묻자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며 말을 아꼈다.이 회장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핵심 반도체 생산라인인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각종 견제 장치를 설치하면서 미래 투자에 제한이 걸렸다.미국 반도체지원법이 대표적이다.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중국·러시아·이란 등 이른바 안보 우려국가에 기준 이상으로 투자하면 보조금을 반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기술 수준이 낮은 레거시 반도체는 생산 능력을 10%까지, 첨단 반도체는 생산 능력을 5%까지만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완전 봉쇄가 아니라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지만, 최소한의 투자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한 곳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번 방중은 이 회장이 직접 현장 경영을 펼치며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반도체지원법 리스크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이번에 이재용 회장은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기 톈진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미중 국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공장은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기 톈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 및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톈진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MLCC는 전자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일정하게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이다. 대부분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소속 톈진 지역 주재원 및 중국 법인장들도 만나 해외 근무 애로사항을 경청했다.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과 한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톈진을 비롯한 중국 지역 주재원 및 임직원은 공급망 차질 최소화에 주력해 왔다는 평가다.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카메라모듈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 공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서 스마트기기·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2차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3.27 07:00
산업

한미약품 50주년 맞아 R&D 체제 개편…'글로벌 한미' 기대

한미약품이 ‘신약 연구개발(R&D) 2기’를 통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국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한미약품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민한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새로운 혁신적인 발걸음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은 R&D 분야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권세창 대표와 이관순 부회장이 퇴임했다. 기존 한미약품 신약 개발을 주도했던 2명이 모두 내려오면서 새로운 R&D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직에서 내려와 고문 역할을 맡은 권 고문은 1996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센터장을 거쳐 R&D 총괄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항암 부문 바이오신약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 권 고문과 함께 신약개발을 이끌었던 이관순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며 고문으로 위촉됐다. 둘은 2015년 한국제약업계를 강타했던 8조원 기술수출의 주역들이다. 당시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베링거 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에 총 6건의 신약 기술을 수출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기술수출이 반환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한미약품의 성과를 계기로 국내에 신약 개발 붐을 일으켰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제약강국의 가능성을 내비친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파기’ 사태로 당시 이관순 고문이 국회의 국정감사장까지 불려가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신약 개발 행보가 다소 주춤해졌다. 그런 사이 유한양행,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치고 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행보가 예전과 비교하면 기민함이 둔해졌다. 연구명가답게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최근 행보는 번뜩이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영숙 회장 체제로 자리잡고 있는 한미약품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성기 창립자 타계 이후 처음으로 ‘R&D 부문’ 경영진 개편에 나섰다. 우종수 단독 대표 체제 아래 권 고문이 맡았던 R&D는 서귀현 부사장 중심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23년은 한미약품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새로운 50년'을 맞아 '글로벌 한미'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내년에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이 다수 있다. 먼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 데이터 발표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미약품은 NASH 치료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NASH 치료제의 경우 의료적인 수요가 큰 질환이나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은 치료제가 없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간 치열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두 번째 항암 부문 FDA 승인을 겨냥하고 있는 폐암치료제 포지오티닙도 있다.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에 기술 이전한 포지오티닙의 경우 보안요청서한을 보낸 FDA의 벽을 뚫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감기약 수요가 급증하면서 북경한미약품의 주력 제품인 이탄징(기침가래약), 이안핑(기화제형태기침가래약) 등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23 06:50
IT

SKB-넷플릭스 3년 갈등 막 내리나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싸고 3년째 이어지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파행 두 달 만에 다시 가동을 시작해서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CP)가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을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에게 일부 지불하도록 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과방위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처리를 야당이 지체한 것으로 보고 지금껏 과방위 활동을 보이콧했다. 그런데 이날은 공석이었던 여당 간사 선임에 동의하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자리가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하다며 양해를 구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향후 합동 공청회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정치적 현안이 얽히며 과방위가 공회전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향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7개의 관련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이 중 2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다. CP가 통신망 이용·제공 현황과 트래픽 및 이용 대가의 규모 등을 고려해 ISP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시했다. ISP인 SK브로드밴드와 CP인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망 이용료 지급 타당성을 두고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가 1심에서 승소했으며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망 참여자 간 동의가 필요 없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돼 SK브로드밴드에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유상인 전용회선 기반의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일방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와 해외 CP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다. 넷플릭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도 지난해 연간 매출 약 700억원 중 10% 달하는 71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글로벌 CP들은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무상 제공과 망 공공성 등을 이유로 버티고 있다. ISP를 대변하는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공청회에서 "국내 일일 평균 트래픽의 41%를 구글·넷플릭스·메타·네이버·카카오 등 상위 5개 사업자가 차지하고 있다"며 "구글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거래 질서를 부정해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CP는 법 개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대형 CP만이 법 적용 대상이라고 해도) 그동안 시장 자율에 맡겼던 내용을 법으로 의무화하면 장기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스타트업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법을 모범 삼아 세계 각국이 도입하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동일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ISP의 망 원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해 적정 수준의 대가를 청구하는지 비교할 수 있는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초기 진입 비용을 합리적으로 정하되 ISP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다면 어느 사업자에게 더 걷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방향으로 접근해달라는 것이다. 망 이용료를 매기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월 접속료로 망 유지와 설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정보 전달료까지 강제하면 조회 수가 많은 한류 아티스트 싸이나 BTS의 유튜브 채널에 부담이 전가돼 유료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해외 콘텐츠가 한국 통행료를 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디지털 쇄국이 일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빛이 거울에 반사할 때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데이터가 광케이블을 지나갈 때도 돈이 들지 않는다는 논리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1 07:00
IT

통신서비스 2시간 멈추면 요금 10배 배상…KT 장애 교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서비스 이용자 피해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주요 통신사(SKT·SKB·KT·LGU+) 이용약관을 개선한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주요 통신사의 이용약관을 보면, 연속 3시간(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서비스 중단 시 초고속인터넷은 해당 서비스 요금의 6배, 이동전화는 8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KT의 유·무선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마비됐던 사고 이후 바뀐 통신 이용 환경을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작년 11월부터 이용약관상 손해배상 기준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주요 통신사와 협의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먼저 손해배상의 기준 시간은 단축되고 금액은 확대된다.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전화 서비스 제공이 연속 2시간 이상 중단돼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장애시간 요금의 10배를 받을 수 있다. 통신망의 고도화와 스마트폰의 도입 및 통신서비스 이용 방식 변화 등에 더해 통신서비스 제공 중단 시 소요되는 복구 시간과 전기통신사업법 규정과의 정합성, 국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 통신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이용자의 신청이 없어도 다음 달 자동으로 요금 반환이 이뤄진다.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 하는 손해배상과 달리, 요금 반환은 이용자의 신청 없이 통신서비스 중단 일수에 따라 월정액 요금의 일부를 반환(또는 감면해 부과)해야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다음 달에 자동으로 반환된다는 점을 이용약관에 명시하도록 했다. 통신사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앱의 통신서비스 제공 중단 및 손해배상 안내는 강화된다. 현재 통신서비스 중단 사고 발생 시 통신사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앱에서 서비스 중단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손해배상 청구 절차나 양식에 대한 안내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홈페이지 및 고객센터 앱에 별도의 메뉴를 신설해 이용자가 통신서비스 중단 사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용약관 개정은 주요 통신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고 절차를 거쳐 사업자별로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7월 중 시행할 예정이며, 홈페이지 개편은 8월 중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6.24 13:59
경제

밑바닥 찍고 도약의 임인년 준비하는 범띠 박정원

두산그룹과 HDC현대산업그룹(이하 HDC현산)이 처절했던 경영 위기를 딛고 도약을 벼르고 있다. 수장인 박정원 두산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나란히 1962년생 호랑이띠여서 비범한 기운을 발판 삼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얼굴 바꾸고 수소 비즈니스 전환 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2020년 재무구조 악화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은 뒤 혹독한 자구안을 이행하며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1896년 설립된 최장수 기업인 두산은 지난 2년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겪었다. 밑바닥을 찍은 두산은 박정원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리빌딩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산업은행과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원을 수혈받았다. 이후 2년간 클럽모우CC를 시작으로 네오플럭스·두산타워·두산모트롤BG·두산솔루스·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차례로 매각하며 자구안을 이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자회사 매각을 통해 3조600억원을 마련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는 재무구조 개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정원 회장도 사재 출연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박 회장 등 두산 오너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그룹의 허리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었고, 사재 출연 규모는 5740억원에 달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먼저 기업아이덴티티(CI)부터 26년 만에 바꿨다. 지난 3일 두산은 '인데버 블루(Endeavour Blue)'라고 이름을 붙인 파란색의 새 CI를 공개했다. 인데버는 노력, 분투라는 뜻이다. 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아 CI를 바꾼 바 있는 두산은 올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다시 한 번 변화를 준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 미래를 향해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산업군부터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보유통, 기술 소재 등에 집중했지만 현재 두산의 주력 사업은 중공업, 중장비, 에너지 부문이다. 이제 두산은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미래의 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석탄에너지에서 벗어나 수소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올해 주요 실행 목표 4가지도 제시했다. 신사업군의 본격적 성장과 수소 비즈니스 선도,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 기존 사업의 경쟁우위 통한 시장 선도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및 트라이젠 시스템 개발 등 앞서가는 수소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박정원 회장은 “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기존 수전해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고체산화물 전기분해 기술 개발, 수소액화플랜트, 수소터빈, 수소모빌리티 등 생산에서 유통·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사업 전반에 걸쳐 우리가 보유한 독보적 제품과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수소 산업을 선도해 나가자”고 말했다. 모빌리티 대신 종합금융 라이프스타일그룹 도약 정몽규 회장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모빌리티그룹 전환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통해 ‘육해공 모빌리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악재로 항공업이 거의 셧다운 되자 인수합병을 포기했다. 이에 재계 10위권 진입이라는 꿈도 사라졌다. 현재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계약금 2500억원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HDC현산은 새해부터 불공정 행위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대금 지연이자를 주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HDC현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3개 수급사업자에게 건설·제조 등 86건을 위탁하면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최대 413일 지연해 하도급업체에 발급했다. 최근 HDC현산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참사’로 비난받았다. HDC현산의 하도급업체가 철거 중이던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나면서 9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이로 인해 올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대규모 랜드마크 사업 발굴 등으로 종합금융 라이프스타일그룹으로의 도약을 벼르고 있다.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유통·면세·자산관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2조원대의 잠실 스포츠·MICE 민간 투자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1월부터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5 잠실운동장 일대 약 36만㎡를 개발하는 것으로 2029년까지 코엑스 3배 크기의 컨벤션 시설과 3만5000석 규모의 야구장, 1만1000석 규모의 스포츠 다목적시설, 수영장, 900실 규모의 호텔과 문화·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HDC현산은 이 사업을 서울의 새로운 중심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지향적 복합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HDC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등 민간제안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HDC의 철학으로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 대규모 복합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그룹 내 40대 젊은 CEO를 3명이나 발탁하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병규 신임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온리원 최강 디벨로퍼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높여주는 칭찬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07 07:01
스포츠일반

'고양 수호신' 이승현 “빅맨 후배들이 넘기 힘든 선배 되고 싶어”

지난 4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30·고양 오리온)은 ‘고양 수호신’이라 불린다. 내로라하는 장신 외국인 선수들이 덤벼드는 골 밑을 지켜온 그에게 강을준 감독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승현은 "감독님은 우리 팀의 대장 아니신가. 대장이 그렇게 얘기해 주면 당연히 기분좋다"며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더 생긴다. 감독님 덕분에 동기 부여를 받고 있다"며 웃었다. 2014년 데뷔한 이승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빅맨 중 하나다. 그동안 많은 빅맨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승현은 달랐다. 특유의 파워로 신인 때부터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마크하며 오리온의 골 밑을 지켰다. 부상 선수들의 이탈과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가 부진으로 이탈한 올해는 그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가 2015~16시즌 이후 가장 긴 경기당 평균 34분 35초(4일 기준)를 뛰면서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승현은 “사실 요즘은 체력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신인 시절부터 우리 팀에는 빅맨 외국인이 별로 없었다. 내가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 마크해야 했다. 이번 시즌에는 빅맨인 머피 할로웨이 선수가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그는 “수비 부담이 줄어든 대신에 공격과 수비 모두 활동량을 넓혔다”고 전했다. 긴 출장시간에도 그가 평균 득점(14.2점), 야투 성공률(49.3%), 자유투 성공률(91.5%)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는 이유다. 2014년 데뷔 후 커리어 내내 기라성 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해온 그가 뽑은 최고의 상대는 라건아(전주 KCC)다. 그는 “라건아는 답이 없다. 속공에 리바운드에 파워까지 ‘넘사벽’이다”라며 “그를 상대할 때는 손 뻗어서 방해하고 파울 받는게 최선이다. 자유투 하나라도 안 들어가면 성공”이라며 웃었다. 국내 대표 빅맨답게 이승현은 후배들에는 '넘어야 할 산'이다.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하윤기(수원 KT)는 이승현과 첫 맞대결 후 “역시 두목 호랑이(이승현)는 다르다. 힘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떠올리기도 했다. 하윤기는 지난 12월 28일 이승현과 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 후 “안 밀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졌다. 후배의 도전에 이승현의 답은 진지했다. 이승현은 “윤기는 저보다 더 크게 될 선수”라면서도 “그래도 지는 해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응전했다. 그는 “은퇴하는 날까지 모든 후배가 내 라이벌이다. 후배들의 발판이 되지 않겠다”며 “계속 어려운 상대로 남고 싶다. 코트에서 상대로 만나는 이상 지고 싶지 않은 게 제 승부욕”이라고 했다. 이승현은 ‘골 밑은 전쟁터”라고 묘사했다. 그 전쟁터에서 이승현을 살아남게 한 무기는 슛, 그리고 투지다. 그는 “하드웨어만 좋다고 프로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농구 기술 한 가지만큼은 장착해야 한다. 난 수비와 미드레인지 슛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한 가지 더, 골 밑은 몸싸움이 일어나는 전쟁터다. 밀리지 않으려면 투지와 근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보고 힘이 좋다고들 하는데, 힘이란 건 결국 상대에게 밀리지 않고 파이팅 있게 플레이하는 투지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벅찬 상대와 붙으며 커리어를 보냈다. 개인 성적이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농구팬들은 이승현에게는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치켜세운다. 이승현은 “마음가짐이랄까. 경기를 하면 항상 모든 동료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며 “성격 자체가 그렇다. 엄마 같은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며 웃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이승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FA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겠다”며 “농구를 오래 하긴 했구나는 생각만 들더라. 지금은 오리온이 어떻게 하면 이겨서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한다”고 밝혔다. 시즌 반환점을 돈 이승현의 제1 목표는 전 경기 출장이다. 그는 “신인 때 빼고 54경기를 다 뛴 적이 없더라”며 “54라는 숫자는 전 시즌을 잘 치렀다는 증거다. 부상 없이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개인 기록 욕심도 물론 있다”라며 “시즌이 끝났을 때 팬들께서 시즌을 되돌아본 후 '이승현이 이번 시즌 업그레이드가 됐구나' 하고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2022.01.05 11:11
야구

득점권·부상 이후…무뎌진 타격 기계의 움직임

'타격 기계'의 움직임이 무뎌졌다. LG 김현수(33)는 지난해 타율 0.331을 기록했다. 그는 2020년 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무서운 타자였다. 경이로운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은 9월 말 득점권 타율 5할을 넘기기까지 했다. 결국 0.446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1982년 백인천이 작성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고 득점권 타율은 0.476에 조금 못 미쳤다. 총 득점권 161타석에서 만루 홈런 5개를 포함해 58개의 안타를 쳤고, 장타율과 출루율은 0.677과 0.509로 아주 강했다. 득점권에서 강하다는 건 팀의 간판답게 해결사로 활약했음을 보여준다. 올 시즌에는 김현수가 찬스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고작 0.217이다.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0년 득점권 타율 1위였던 그가 올해에는 52위로 위압감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높은 득점권 타율 행진에 대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뭐에 씌웠나보다. 그냥 평소랑 똑같이 하고 있다"라고 놀라워했던 그였지만, 올 시즌 자신의 명성에 훨씬 못 미치는 '세부 성적표'다. 이런 부진은 '기본 성적표'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타율은 0.292다. 이제 막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지만, 최근 들어 타율이 내리막이라 아쉬움을 자아낸다. 5월 타율 0.345를 기록한 뒤, 지난달 0.279로 떨어졌다. 최근 4경기에서 15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다. 이달 아직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상태다.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개인 통산 타율은 0.320이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통산 30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타율 4위(5856타수 1876안타)에 해당한다. 규정타석을 기준으로 2012년 딱 한 차례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고, 그 당시에도 0.291로 리그 평균(0.258)보다 훨씬 높았다. 대부분 선수가 목표로 삼는 3할 타율을 그는 어렵지 않게 달성했다. 이처럼 정교한 타격 기술을 덕분에 '타격 기계'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근 부진은 부상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김현수는 6월 5일 광주 KIA전에서 개인 통산 350번째 2루타를 때린 뒤 오른 햄스트링 쪽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다음날 경기에 결장했다. 6월 8일 NC전부터 라인업에 복귀했지만,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고정됐다. 벌써 3번·지명타자로 나선 지 한 달이 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오랫동안 지켜본 김현수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 의지도 강한 선수다. 이전부터 작은 부상에도 '수비를 봐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 김현수의 입에서 '(외야수로 나갈) 준비가 됐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올림픽 브레이크 이전까지 지명타자로만 나갈 수도 있다는 트레이닝 파트의 보고도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개막 후 50경기에서 타율 0.322·8홈런·33타점을 기록했던 김현수는 햄스트링을 다친 후 타율 0.226·4홈런·14타점에 그치고 있다. 타격 기계도 부상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셈이다. 김현수는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계속 경기에 나서며 주장의 책임감을 보여준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현수는 선수들을 다그치다가도, 팀 분위기가 떨어졌을 때 일부러 망가져 웃음을 주기도 한다. 최근 퇴출이 확정된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내야 땅볼로 아웃된 후 전력으로 뛰지 않자, 김현수가 직접 다가가 "지명타자로 나섰으면 아웃 판정이 날 때까지 열심히 뛰라"고 질책한 적도 있다.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하는 김현수는 "우리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뛰지만, 내가 그렇게 열심히 뛰면 (팀 동료들이) 따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팀 승리를 위해 상대 시프트 때 간판타자의 자존심도 버리고 기습 번트를 시도한다. 웬만한 큰 부상이 아니면 참고 뛴다. 하지만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절반 이상 뚝 떨어졌고, 부상 이후엔 더욱 부진하다. 쉬지 않고 정확히 움직여온 '타격 기계'의 정상 작동을 LG도, 대표팀도 간절히 바란다. 김현수는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1.07.05 06:00
경제

[멋스토리] 소비에 신념을 담는 '코즈 마케팅' 붐

국내 패션·뷰티 업계를 비롯한 유통가에서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대의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코즈 마케팅이란 기업이 사회적 대의에 뜻을 같이하고 동참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환경오염이나 빈곤·기아,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이슈에 공감하고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요 소비 세대로 떠오른 'MZ세대(1985~2000년대 생)'가 착한 기업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갖고 지갑을 열자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가 곧 기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다음 달 6일까지 이마트 월계점에서 착한 소비 프로젝트 '노스페이스 에디션'을 진행한다. 2015년부터 이어진 노스페이스 에디션은 대표적인 코즈 마케팅으로 꼽힌다. 노스페이스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 뒤, 수익금의 일부를 월드비전에 기부한다. 기부금은 우간다·탄자니아 및 방글라데시 등 제3국 식수개선사업에 집중적으로 쓰인다. 영원아웃도어에 따르면 노스페이스 에디션을 통해 약 4만8000명에 달하는 이 지역 주민이 15개의 대형식수시설로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노스페이스 에디션은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장기적인 기부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며 "현재는 노스페이스는 물론 국내 패션업계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자 모범적인 코즈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유명 유튜버와의 협업으로 코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버가 자신이 가진 팬덤과 콘텐트를 제공하면, 이랜드는 그룹에서 운영 중인 산업군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구독자 83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 '미션파서블'의 운영자 에이전트 H와 함께한 국가 유공자 기부 콘텐트가 대표적이다. 에이전트 H가 국가 유공자를 돕기 위해서 모자를 제작해 이를 판매했는데, 이 과정에 이랜드의 힘이 보태졌다. 이랜드 측에 따르면 약 3500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국가유공자 처우에 대한 문제에 공감하고 기부에 동참했다. 이랜드는 또 이랜드 재단이 관리 및 지원하고 있던 국가 유공자 7000명 중 도움이 절실한 100명의 명단을 에이전트 H 측에 전달해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이는 데 도움을 줬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이랜드X유튜버 기부 프로젝트는 누적 조회 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이랜드 측은 "유튜버와 만든 기부 콘텐트는 단순히 사회 문제를 소개하고 기부를 독려하는 기존의 캠페인들과는 다르다"며 " MZ세대와 빠르게 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기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윈윈 구조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월 LG전자와 손잡고 '희망으로 이어지는 소비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객이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상품을 구매하면, 결제 금액의 1%를 적립해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한다. 적립한 기부금은 전국 10여 개 가정위탁지원센터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달된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기부금은 학대 피해 아동 40여 명을 위한 치료비, 학습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과 소비자,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약자 위한 직접 지원도 '활발'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부터 아름다운재단과 한부모 여성 창업대출 지원사업 '희망가게'를 후원하고 있다. 25세이하 자녀 부양을 책임지고 있고, 창업계획을 가진 중위소득 70% 이하 한부모 여성이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요건만 갖추면 별도 담보나 보증이 없어도 된다. 신용등급 역시 고려하지 않고 창업을 지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희망가게 창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자금을 최대 4000만원까지 제공한다. 업종별 전문가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 개인기술교육비는 물론 심리·정서·법률지원과 긴급의료비도 지원한다. 창업자금 상환금리는 연 1%로 저렴하다. 반면 상환 기간은 8년으로 넉넉하다. 상환금은 또 다른 한부모 여성 창업 지원금으로 쓰인다. 희망가게는 여성과 아동 복지 증진에 힘쓴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 뜻을 기리기 위해 시작했다. 2004년 1호점을 시작으로 총 438개 희망가게가 문을 열었다. 한부모 가족 구성원 1200여 명의 자립을 도왔다. 국내 신진 작가의 작품을 매장에 전시하는 곳도 있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다. 무신사는 지난 28일 홍대입구에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 매장 입구와 지하 1층에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했다. 무신사가 전개 중인 '비사이클 프로젝트(Be:cycle project)' 일환으로, 사용 후 버려지는 매장 인테리어 설치물 대신 아티스트와의 기획 작품을 일정 기간 고객들에게 소개한다. 고객은 비사이클 프로젝트로 문화적 즐길 거리와 다양한 영감을 얻어갈 수 있고, 작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동시에 환경 보호도 돼 일석삼조다. 아티스트의 작품은 전시 기간 종료 뒤 다시 작가에게 반환돼 선순환할 수 있다. 무신사가 선택한 첫 전시 작품은 이질적인 두 재료를 혼합해 인간관계와 소통에 관해 얘기하는 손상우 작가의 작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작품은 3개월가량 전시된 뒤 버려지지 않고 반환돼 다시 작품으로서 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에 방점 찍은 기업 BYN블랙야크는 '페트 줄게, 새옷 다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사전에 캠페인 참여를 신청한 소비자가 페트병 15개를 갖고 오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나우의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로 바꿔주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페트병 재활용 중 가장 중요한 분리 배출 과정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반응이 뜨거웠다. BYN블랙야크에 따르면 '페트 줄게, 새옷 다오' 사전 신청은 하루 만에 마감됐다. 소비자 1000여 명이 모아준 페트병은 최대 2500여 벌의 친환경 티셔츠로 거듭난다. BYN블랙야크는 앞으로 계속 국내에서 버려진 폐트병을 재활용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용기가 초래하는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매년 200t가량의 빈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이 중 절반을 재활용에 쓴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소분 판매하고 있다. 리필스테이션은 지난해 10월 말 오픈했는데, 이후 1000명 넘는 소비자가 리필제품을 구매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리필제품 가짓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의 '2019 착한 소비 활동 및 SNS 기부 캠페인 관련 조사'에 따르면 '나의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0.5%였다. 또 10명 중 9명꼴로 '착한 소비'에 대한 가치를 공감한다고 답했고, 약 70%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조금 비싸더라고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즈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MZ세대는 물건을 살 때 가치 있는 소비인지 신경 쓴다"며 "기업들의 코즈 마케팅이 앞으로 더 활발하고 다양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5.31 07:00
경제

'오락솔 FDA 허가 보류' 한미약품 기술수출 물질 다시 주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항암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햇다. 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아테넥스는 최근 FDA로부터 오락솔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시판 허가신청 자료에 대한 보완요구 서한(CRL)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먹는 항암제 오락솔을 미국 아테넥스에 2011년 기술수출한 바 있다. 오락솔은 정맥주사 형태인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먹는 형태로 바꾼 신약으로,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ORASCOVERY)가 적용됐다. FDA는 이번 서한에서 오락솔이 정맥주사 형태 항암제 대비 호중구 감소증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치료나 감염 때문에 백혈구 내 호중구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FDA는 오락솔 임상에서의 1차 평가 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 결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독립중앙심사위원회(BICR)가 19주차에 평가한 변수의 불확실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추가적인 안전성 데이터 평가를 위해 미국 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적절한 신규 임상시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잠재적 시판허가 승인을 위해 투여 용량을 최적화하는 등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추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알려 왔다. 아테넥스는 보완해야 할 임상시험 설계와 범위에 대해 논의한 뒤 FDA에 미팅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FDA의 보완 요구를 바탕으로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물질들이 반환되거나 FDA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치료제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했던 당뇨신약 물질이다. 그렇지만 한미약품은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을 다시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8월 MSD와 랩스GLP/글루카곤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합의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3.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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